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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21 브루딕
  2. 2016.01.23 딕 75주년 기념북 투고 숲딕
  3. 2015.08.25 아울x탈론/ 울트라맨x딕
  4. 2015.07.30 브루딕 합작 단편
  5. 2014.12.12 팀딕
  6. 2014.12.06 브루딕 (1)
  7. 2014.12.02 뎀딕 1
  8. 2014.11.29 뎀딕 1

브루딕

DC/단편 2016. 2. 21. 02:32

** 늦었지만 박쥐아즈씨 생일 축하8ㅅ8;;;



바다에 인접한 항구도시답게 고담의 겨울은 차갑고 습했다. 해마다 발목이 파묻힐 정도로 쌓이는 눈은 도시의 명물이었다. 미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범죄율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부유함은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11월 중순부터 일찌감치 불을 밝히기 시작한 거리는 크리스마스와 신년 연휴기간 동안 축제 분위기의 정점을 달렸다.
하지만 가장 화려한 순간에도 골목 하나만 꺾어 들어가면 도시 구석구석에 스며든 짙은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배트맨이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치안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교정시설을 유지하는 것에는 생각보다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모되었고, 아캄 정신병원과 블랙게이트는 회전문처럼 범죄자들을 거리로 돌려보냈다. 감방은 애저녁에 포화상태였다. 재소자들은 모두가 기대하는 것보다 빠른 가석방 심사를 받았다. 겨울이 되면서 덩달아 높아진 물가는 사시사철 정신나간 사고들을 일으키는 미친 범죄자들만으로도 벅찬 도시에 생계형 범죄자까지 추가시키는 원인이었다.

"그나마 올해 정도면 다행이었지."

근 3주만에 고담에 들른 나이트윙은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뻐근한 목 관절을 풀었다. 신년 카운트다운에 맞춰 광장에 설치된 시한폭탄을 제거하느라 진땀을 뺐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도 열흘밖에 안 남아 있었다. 각종 사건과 사고와 재해로 다사다난했던 이번 겨울도 그럭저럭 마무리될 모양이었다. 봄을 목전에 둔 마지막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지만 한겨울의 매서웠던 추위에 비하면 견딜만 했다. 저녁나절 내내 오락가락하던 진눈깨비는 완전히 그치고 짙은 구름도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자 남색 밤하늘을 배경으로 흰 입김이 흩어졌다.

별안간 웬 여성의 도와달라는 비명소리가 건너편 골목에서 들려왔다. 나이트윙은 주저없이 그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가 옥상을 채 가로지르기도 전에 검은 그림자가 먼저 망토를 펼치며 골목 안쪽으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으허억, 하는 굵은 비명소리, 줄행랑을 치던 누군가가 눈 녹은 진창에 철퍽 엎어지는 소리, 그리고 가죽 주머니를 야구배트로 두들기는 듯한 둔탁한 타격음이 울렸다.
나이트윙이 비상계단과 가스관을 번갈아 딛으며 바닥으로 내려섰을 즈음에는 이미 상황이 정리되어 있었다. 피해자 여성은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는 배트맨을 그대로 지나쳐 방금 도착한 나이트윙의 가슴팍에 착 달라붙었다. 나이트윙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반걸음 물러났다가 어색하게 하하 웃었다. 그리고 제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채 바들바들 떨고있는 여자의 등을 조심스럽게 다독여주었다.
골목 밖으로 도망치려다가 배터랭에 뒤통수를 맞고 엎어진 놈이 한 명. 담벼락에 내던져진 모습 그대로 구석에 처박힌 놈이 한 명. 힘없는 여성한테는 기세등등하게 휘둘렀을 칼을 허무하게 내던져버리고 바지에 오줌까지 지릴 기세로 싹싹 빌고 있는 놈이 한 명. 저에게는 아내가 있고, 아직 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한 어린 자식들이 있고, 형제와 둘이 운영하는 작은 정비소는 경기가 안좋아지는 바람에 빚만 잔뜩 쌓여가고 있고, 주절주절....
틀에 박힌듯한 애원과 호소였지만 배트맨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빈집이나 털다가 걸린 것도 아니고 패거리와 함께 흉기를 들고 시민들을 위협하는 강도라면 이미 범죄 입문의 ABC단계쯤은 진작에 패스했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배트맨이 억센 손으로 강도의 멱살을 잡아 반쯤 녹은 눈과 각종 오물로 질퍽한 바닥에 메다꽂았다. 딕의 품에 안긴 피해자 여성이 작게 비명을 질렀다. 딕은 여자가 강도들 때문에 겁먹은 것인지 배트맨 때문에 겁에 질린 것인지 아리송한 기분으로 애매하게 표정을 찡그렸다.


"하하, 많이 놀라셨죠? 이제 괜찮으니까 안심하셔도 돼요. 이런 시각에 이런 동네는 위험하니까 될 수 있으면 혼자 다니지 않는 게 좋아요. 집이 어디시죠? 이 근처인가요?"


겁먹은 여자를 어르고 달래는 딕을 향해 배트맨이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운 시선이 옆얼굴을 콕콕 찌르는 것이 느껴졌다. 딕은 얼굴에 구멍이 뚫릴 것 같은 기분에 슬금슬금 몸을 돌렸다. 오랜만에 만나는 배트맨이거늘, 이래서야 다정한 스킨쉽이나 키스는커녕 살가운 인사 한 번 못 듣게 생겼다.

여자가 더듬더듬 대답한 주소는 어중간하게 서너 블록 떨어진 곳이었다. 딕은 곤란한 표정으로 배트맨을 돌아보았고, 배트맨은 묵묵히 배트모빌을 호출했다. 고담시 전역의 지도가 입력된 차량은 채 2분도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지면을 달리는 차량에 달기엔 과분한 제트엔진의 굉음이 늦은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진동시키며 웅웅 울렸다.
여자는 불안한 표정으로 배트맨과 나이트윙과 시커먼 차량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괜찮아요, 저래봬도 승차감은 꽤 좋거든요. 눈을 몇 번 깜박이기도 전에 집 앞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딕은 상냥한 말투로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운전석에 올라탄 배트맨은 말이 없었다. 여자가 보조석에 앉자 안전벨트가 자동으로 채워졌다. 딕은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는 시커먼 차창 안쪽을 향해 살래살래 손을 흔들었다.

"다녀오세요 배트맨!! 너무 거칠게 몰지 마시구요!!"

* * * * *

그러나 그날 밤, 둘은 다시 만날 수 없었다. 딕은 오라클의 연락을 받고 화재가 발생한 인근 다세대 주택으로 급히 향해야 했고, 배트맨은 때마침 경찰 무전으로 들어온 차량 추격전 지원요청을 듣고 여자를 내려주자마자 차를 돌려 도시 북단의 외곽 순환도로를 향해야 했다. 화재 현장에 소방차보다 먼저 도착한 딕은 화마가 번지기 시작한 건물 안으로 주저없이 뛰어들었다. 최근에 수트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내열성이 강화되어 다행이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화재경보를 듣고 대피한 후였다. 하지만 좁은 복도 양쪽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중 어느 곳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딕은 각 층을 돌며 분주하게 닫힌 문을 확인하고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방차가 도착하면서 화재 진압이 시작되고 건물에 있거나 집을 비운 거주민들의 소재가 완전히 다 파악되었을 무렵에는 몇 번이나 불타는 건물을 드나들었던 딕 역시 녹초가 되어있었다. 화상을 입거나 호흡기를 다친 건 아니었지만 방연마스크며 수트가 그을음으로 꼬질꼬질해져 있었다. 겨우 한숨을 돌리며 배트맨에게 통신을 연결했지만 배트맨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운전중이라 바쁘다고 대답했을 뿐이었다. 교신기 너머로 경찰차의 사이렌과 헬리콥터 날개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어디 쯤이에요? 바이크로 합류할까요?”
[길이 미끄러우니까 그냥 거기서 대기하고 있어라. 15분 안에 정리하고 그쪽으로 돌아가마.]
“넵, 안전운전 하세요.”

하지만 차량 추격전이 끝난 이후로도 두사람은 쉴 새 없이 엇갈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모처럼 나이트윙이 고담에 들렀다는 것은 어떻게들 알았는지 자잘한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펑펑 터졌다. 오라클은 배트맨과 나이트윙, 레드로빈과 로빈에 이르는 네 명의 현장요원들을 바쁘게 굴려댔다. 한밤중이 지나고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딕은 뺨에 닿는 차가운 느낌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검푸른 밤하늘을 배경으로 어느새 눈이 다시 내리고 있었다.

[나이트윙, 에이스 화학공장 사무실의 보안을 해제했어. 앞으로 7분동안 유지가 가능하니까 그 안에 기자재 발주서 파일들을 복사해서 나와야해.] 
"여부가 있겠습니까. 5분 안에 돌아올게."

잠깐 숨돌릴 틈도 주지 않는구만. 딕은 뻐근한 목을 이리저리 돌리고 팔다리를 쭉 당겨 밤새 혹사당하고 있는 근육을 풀었다. 그리고 15미터에 육박하는 게이트 타워의 꼭대기에 와이어를 쏘아올려 단숨에 공장부지 안으로 들어섰다.

* * * * *

자정을 넘어 밤이 깊어지자 도시 전역에서 쉴 새 없이 터지던 사건사고들도 점차 소강되었다. 거리가 한산해지고 도로에 차량들이 훌쩍 줄어들면서 경찰 무전들도 조금씩 잠잠해졌다. 오라클은 로빈과 레드로빈, 나이트윙과 배트맨을 차례차례 복귀시켰다. 모처럼 풀타임으로 단독미션을 수행한 데미안은 일찌감치 자러 올라갔다.

오늘은 배트맨에게 있어서 별로 운이 좋지 못한 날이었다. 배트맨은 투페이스의 부하들이 끈질기게 퍼부어댄 부착형 폭발물을 전부 처리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배트모빌로부터 비상용 바이크를 분리시키며 탈출해야 했다. 폭발물에 의해 반파된 잔해는 각 부품에 내장된 자동 파괴 시스템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자체운행이나 견인이 불가한 상황에서 차량이 타인이나 GCPD 등의 기관에 넘어갈 경우 추적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애지중지하던 차량 중 하나를 잃는 것은 단순한 금전적 손실 이상으로 뼈아픈 일이었다.

브루스가 바이크를 몰고 케이브로 돌아왔을 때, 딕은 장갑과 부츠만 벗은 상태로 기다란 간이의자에 앉아있었다. 좀처럼 빛을 볼 일이 없어서 하얀 맨발이 물장구라도 치듯이 앞뒤로 흔들렸다. 매일매일 여기저기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톱 끝까지 가지런하고 깨끗했다. 일렁거리는 촛불이 나이트윙의 매끄러운 수트에 한 줌의 빛무리를 반사시켰다. 브루스는 멍하니 눈을 깜박거렸다. 빼빼 가느다란 초 하나를 꽂은 컵케익이 딕의 옆자리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힘든 밤이었네요, 그쵸?"
"........."
"열두시 땡 하자마자 제일 먼저 생일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하필 오늘따라 이렇게 바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배시시 웃는 딕의 얼굴은 그을음이며 먼지며 이런저런 얼룩으로 꼬질꼬질 엉망이었다. 카울을 벗은 브루스로부터는 말이 없었다. 딕을 응시하는 얼굴에도 이렇다 할 표정이 없었다. 딕 역시 그런 브루스를 마주보기만 했다.
문득, 브루스가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터벅터벅 맥없는 발소리가 케이브에 울렸다. 딕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브루스는 흔들리는 촛불을 끄고 의자에 놓여진 컵케익 접시를 컴퓨터 콘솔 위로 치워버린 후 제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바닥에 끌리는 망토는 뛰어난 방탄, 방염 및 내마모성을 자랑하는 성능에도 소용없이 온통 헤지고 갈라져서 엉망이었다.
브루스는 딕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아니, 고개를 묻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두꺼운 팔이 딕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온몸의 체중을 기댔다. 딕은 어어 하는 순간 브루스에게 밀려 빈말로라도 쾌적하다 할 수 없는 의자에 길게 드러눕혀졌다. 신발 밑창에 밟힌 개구리처럼 으억 하는 소리가 절로 입밖으로 비어져나왔다. 졸지에 납작하게 깔려버린 딕은 꿈지럭거리며 자세를 바꿔보려 했지만 의자는 딱딱하게 배겼고 위에서 내리누르는 브루스는 무거웠다.

"윽.... 브루스 잠깐만..... 무거워요. 등 배긴다구요."

딕이 작게 항의했지만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브루스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딕이 바르작거리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무게중심을 옮기며 팔다리를 봉쇄해버렸다. 최소한 딱딱한 의자에 눌리는 왼쪽 어깨만이라도 좀 움직여보려던 딕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브루스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게된 만큼 포기는 빨랐다. 그리고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포기하니까 편했다. 딕은 온몸의 힘을 풀었다.
브루스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자 따뜻한 숨결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너덜너덜해진 망토가 천막처럼 두 사람 위에 덮였다. 딕은 꼼지락꼼지락 브루스의 팔에 갇힌 오른팔을 빼냈다. 조심스러운 손길이 저를 깔고 엎드린 브루스의 머리카락 끝을 매만졌다. 그리고 반대편 손으로는 브루스의 등을 슬슬 쓰다듬다가 꼬옥 끌어안았다. 맞닿은 상체로 두근거리는 심장이 울렸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폐포가 부풀어올랐다가 다시 수축하며 길게 숨을 내쉬는 매 순간마다 서로의 체온이 스며들었다. 텁텁한 재와 그을음과 화약과 먼지냄새에 서로의 체취와 땀냄새가 진하게 섞였다. 미지근하게 남아있던 아드레날린의 잔열이 서서히 가라앉고 나른한 피로가 몰려들었다. 딕은 눈을 감았다.

모처럼 오붓하게 함께 패트롤도 돌고 같이 웨인저로 돌아와 뜨거운 밤을 보내며 피날레를 장식하려던 야망은 허무하게 빗나갔지만, 가끔은 이렇게 서로의 체온과 숨결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 + + + + + + +



브루딕 앤솔에 투고하려다가 탈락한 원고...

일부만 잘라서 살짝 다듬어 올림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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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urntSi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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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x탈론/ 울트라맨x딕

2015. 8. 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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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딕 합작 단편

2015. 7. 3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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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딕

2014. 12. 1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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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딕 (1)

2014. 12. 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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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딕

2014. 12. 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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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딕

2014. 11. 2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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